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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AX 리포트> 강제력 없는 도구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법

· 9 min read
Doyul Kim, Ian
Software Engineer @OrderX, Real-time Trading Systems

책 표지

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이 책을 고른 이유​

개발자다. 코딩할 때는 에이전트를 옆에 띄워두고 일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 자주 들리는 두 단어가 계속 걸렸다. AX와 FDE. 여기저기서 뜨거운 말인데 정작 무엇을 두고 AX라고 부르는지는 흐릿했다. 사내에 챗봇을 하나 띄우면 AX인지, 개발자가 코딩 에이전트를 쓰면 AX인지, 아니면 그보다 큰 무엇인지.

거기에 궁금한 게 하나 더 있었다. 이 흐름을 위에서 결정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임원이나 의사결정권자는 AX를 어떤 눈으로 보는가. 도구를 쓰는 개발자 입장에서 의사결정권자의 판단 기준도 알고 싶었다.

이 책은 롯데그룹에서 AI 플랫폼을 만들고 52개 계열사로 넓혀온 사람들이 쓴 현장 기록이다. 저자 셋 중 둘은 지금 지주사에서 그룹 AI 총괄과 AI 정책을 맡고 있다. 정의와 의사결정, 두 질문을 다 들고 있는 사람들이라 골랐다.

이런 분에게 추천한다​

  • 회사에서 AX라는 말을 매일 듣는데 그게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정리가 안 된 사람
  • AI 도입 예산을 올려야 하거나, 올라온 안을 승인해야 하는 사람
  • 사내 AI 플랫폼을 만들었는데 사용률이 안 오르는 팀
  • 개발자인데 회사가 AI를 두고 무슨 판단을 하는지 궁금한 사람

반대로 모델 학습이나 논문 수준의 이론을 찾는다면 이 책은 아니다. 저자들이 "이 책에 대하여"(13쪽)에서 직접 선을 긋는다. 다루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조직 안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읽어보니​

AX는 도입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것​

내가 제일 먼저 얻은 건 정의였다. 28쪽에서 저자들은 기업의 AI 도입 수준을 선언, 도구 배포, 업무 내재화의 세 단계로 나눈다. 경영진이 AI 전략을 발표한 상태가 1단계, 계정을 발급하고 사내 챗봇을 띄운 상태가 2단계다. 대부분의 기업이 2단계에 머물면서 3단계에 와 있다고 착각한다는 진단이 이어진다. 2단계 기업의 월간 활성 사용자 비율이 10~15%에 머무는 경우가 흔하다는 숫자도 같이 나온다.

41쪽 - DX와 AX의 차이를 강제력으로 설명하는 대목

그리고 40쪽에서 41쪽으로 넘어가는 대목이 이 책 전체의 축이다. DX 시대에는 도구가 프로세스를 강제했다. ERP를 깔면 거기 입력하지 않고는 업무가 진행되지 않았고, 그룹웨어를 들이면 결재가 전자화됐다. AX는 다르다.

AI는 강제력이 없는 도구입니다. (41쪽)

챗봇은 안 써도 일이 돌아간다. 그래서 AX에서는 도입 이후의 조직 설계가 DX보다 훨씬 중요해진다는 게 저자들의 논리다. 이 한 문장으로 그동안 흐릿하던 게 정리됐다. AX가 어려운 건 기술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안 써도 되는 도구를 쓰게 만들어야 해서다.

개발자로서 이 대목이 와닿은 이유가 있다. 코딩 에이전트도 강제력이 없다. 안 써도 코드는 짜진다. 쓸지 말지는 개인이 고르는 문제다. 이 책이 말하는 AX란, 그 개인의 선택을 회사 전체의 업무 설계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의사결정권자는 이렇게 본다​

두 번째로 얻은 건 위에서 보는 시선이다. 2부의 부제가 "실무자가 경영진을 설득하는 법"인데, 거꾸로 읽으면 경영진이 무엇을 묻는지가 그대로 보인다.

52쪽에서 경영진이 AX에 거는 기대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경쟁사보다 뒤처지지 않는 것, 측정 가능한 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큰 그림. 첫 번째가 인상적이었다.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AI 전략을 묻는 질문이 날아오니, 우리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먼저 온다. 기술 판단보다 대외 설명 책임이 앞에 있다.

58쪽 - 체험, 내재화, 혁신 단계별로 경영진에게 보여줄 것을 정리한 표

4장은 그 압박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준다. 64쪽의 설명이 명쾌하다. AI 도입 초기에는 비용이 확정적이고 효과는 불확정적이다. 인프라와 라이선스는 청구서로 바로 나오지만 효과는 사용자가 익숙해지고 프로세스가 바뀌어야 나타난다. 이 시차를 무시하고 초기에 ROI를 계산하면 결과는 항상 나쁘게 나오고, 그걸 근거로 투자를 끊으면 효과가 나기 직전에 멈추게 된다. 그래서 단계마다 재는 것을 바꾼다. 체험 단계는 수용도, 내재화 단계는 효율, 혁신 단계에 가서야 ROI다.

69쪽의 KPI 분리는 개발자 식으로 읽을 수 있었다. AI 프로젝트의 성과를 AI 제안 점수, 구현 점수, ROI 점수 세 층으로 나눈다. ROI가 낮을 때 모델이 나빠서인지, 현장이 안 써서인지, 애초에 임팩트가 작은 일을 골라서인지를 가르기 위해서다. 제안 점수는 높은데 구현 점수가 낮으면 모델을 바꿀 게 아니라 온보딩을 고쳐야 한다. 장애 원인을 레이어별로 쪼개는 것과 같은 구조다. 기술 지표가 좋아도 현장 채택과 사업 효과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고, 개발이 끝났다고 AX 성과가 난 건 아니라는 얘기다.

84쪽 - AX 투자 제안서 구조 템플릿

결재 서류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나온다. 72~73쪽에서는 계획을 하나만 올리지 말고 보수적, 적정, 공격적 세 안을 같이 올리라고 한다. 그래야 논의가 할지 말지에서 어떻게 할지로 옮겨 간다. 대부분 중간 안이 선택되지만 양 끝을 같이 봐야 중간이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84쪽 투자 제안서 템플릿에서 경영진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으로 꼽는 건 투자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비교 시나리오, 그리고 실패하면 언제 멈출지를 적은 중단 기준이다. 낙관이 아니라 판단에 기반했다는 신뢰를 주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투자안을 왜 여러 선택지로 올리라고 하는지, 이 장을 읽고 알았다.

개발자의 자리는 어디로 옮겨 가는가​

FDE라는 단어는 이 책에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FDE에 대한 직접적인 답은 없다. 다만 나는 이 책을, 현업의 업무 자동화를 엔지니어가 어디까지 맡을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이어 읽었다. 적어도 개인별 업무 자동화에 대해서는 저자들의 답이 엔지니어를 더 붙이는 쪽이 아니었다.

252쪽에서 사내 AI 엔지니어가 모든 임직원의 개별 업무에 맞춰 에이전트를 만들어주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인정한다. 그래서 만든 게 노코드 에이전트 빌더다. 255쪽은 이 방향을 한 줄로 압축한다. 엔지니어를 몇 명 두느냐보다, 현업이 자기 업무의 자동화를 직접 쥘 수 있느냐가 AX의 폭을 정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의 발전 방향도 같다. 101쪽 버전별 표에서 사용자 경험은 "AI를 체험한다"에서 시작해, 아직 준비 중인 4.0에 가서 "AI를 직접 만든다"가 된다.

315쪽 - 직무별 AX 역량 매트릭스. 하네스 엔지니어링과 MCP 개발만 IT·개발 전용으로 남는다

그럼 개발자에게는 무엇이 남는가. 21장의 역량 매트릭스가 답을 준다. 312~313쪽에서 AX 역량을 아홉 가지로 나누는데, 315쪽 직무별 매트릭스를 보면 바이브 코딩은 경영·기획을 뺀 모든 직무에서 필수다. 비개발자도 자기가 쓸 대시보드와 도구는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반면 이 매트릭스에서 IT·개발 직무에만 요구하는 역량은 두 개, 하네스 엔지니어링과 MCP 개발이다. AI를 파일, 코드, 터미널 같은 작업 환경에 연결하고 권한과 보안 게이트를 설계하는 일, 그리고 회사의 시스템과 데이터를 AI에 안전하게 이어주는 일이다.

개발자의 일이 이 둘로 줄어든다는 말은 아니다. 300쪽은 엔지니어의 몫으로 모델 선택, RAG 운영, 에이전트 아키텍처까지 함께 든다. 다만 코드를 쓰는 역량이 모든 직무로 퍼지는 그림 속에서, 연결과 통제를 개발자의 전문성으로 따로 떼어 둔 대목으로 나는 읽었다. 같은 300쪽에서 AI 엔지니어가 일반 백엔드 엔지니어와 가장 다른 점으로 비결정적인 모델 위에서 안정성을 만들어내는 감각을 꼽는 것도 같은 결로 읽힌다. 316쪽에는 이 매트릭스를 최소 분기마다 다시 그려야 한다는 말이 붙어 있다. 어제까지 IT·개발 전유였던 역량이 마케팅·영업으로 넘어가기도 한다면서.

아쉬운 점​

ROI를 증명한 숫자가 없다. 4장 제목이 "ROI 없이 시작하고, ROI로 증명하기"인데 67쪽의 업무 시간 절감 표는 "예시"로 표기돼 있고, 72쪽 선택지 표도 가상의 안이다. 사례 장에는 인식률 약 95%, 검토 시간 50% 단축(232쪽) 같은 운영 성과가 나오지만, 그것이 재무적 ROI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저자들도 맺음말(337쪽)에서 AX가 이제 재무적 성과로 이어져야 하는 단계인데 성과 측정, 책임 소재, 토큰 비용을 이익으로 바꾸는 법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고 적는다. 솔직한 고백이지만 경영진 보고를 앞둔 독자가 가장 원할 재무 실측치가 비어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사례가 같은 틀에 갇힌다. 1~2부에는 규정 검색 AI를 문서 200건으로 파일럿했을 때 90%를 넘던 정확도가 5,000건으로 늘리자 70%대로 떨어졌다는(35쪽) 식의 실패담이 살아 있다. 그런데 5부 이후로는 거의 모든 절이 "가장 분명한 효과는"과 "설계 관점에서 의미 있는 발견은"이라는 같은 틀로 닫힌다. 214쪽부터 335쪽까지 이 두 문구가 60번 넘게 반복된다. 절마다 교훈을 정리해주는 건 좋지만 같은 문장 구조가 계속되면서 사례마다 무엇이 달랐는지가 흐려진다.

한 그룹의 규모를 전제로 쓰였다. 35,000명 온보딩, 52개 계열사 확산, 계열사별 데이터 격리, 거버넌스 위원회까지 사례의 규모와 조직 구조가 대기업 그룹에 맞춰져 있다. 저자들이 다른 회사에서도 유효한지 학술적으로 따져봤다고 밝히지만(9쪽), 수십 명이나 수백 명 규모 조직이 어디까지 덜어내고 가져가면 되는지는 독자가 직접 가려내야 한다.

구성​

앞부속(추천사, 지은이의 말, 이 책에 대하여)으로 시작해 7부 22장을 지나 맺음말로 닫는다. 338쪽이다. 부 구분은 책이 직접 한 것이다.

  • 1부 AX, 왜 대부분 실패하는가 (12장, 2548쪽): 도입과 내재화의 간극, PoC 지옥, DX와 AX의 차이, 조직이 AI를 거부하는 세 층위.
  • 2부 AX 전략 설계: 실무자가 경영진을 설득하는 법 (35장, 4985쪽): 체험, 내재화, 혁신의 3단계 로드맵, 단계별 성과 측정, 비용 구조와 내재화 판단, 투자 제안서.
  • 3부 AI 플랫폼 구축 (69장, 87158쪽): 플랫폼 아키텍처의 1.0에서 4.0까지, 모델 선택과 라우팅, 멀티 에이전트, 보안과 거버넌스.
  • 4부 전사 확산 (1012장, 159208쪽): 1개 부서에서 52개 계열사까지, 35,000명 온보딩, AI 챔피언.
  • 5부 산업별 AX 실전 (1316장, 209255쪽): 유통, 생산·제조, 서비스·인프라, 공통 업무 사례. 노코드 에이전트 빌더가 여기 있다.
  • 6부 타 플랫폼과의 연동 (1719장, 257294쪽): 그룹웨어, 기간계 시스템, 외부 AI 서비스와 MCP.
  • 7부 AX 조직과 문화 만들기 (2022장, 295336쪽): 전담 조직 설계, 리터러시 프로그램과 역량 매트릭스, 문화 정착.

"이 책에 대하여"(15쪽)에 상황별로 어느 부부터 펼치면 되는지 안내가 있다. 경영진 보고를 앞두고 있다면 4장, 만들었는데 아무도 안 쓴다면 4부와 7부부터다.

총평​

337쪽 - 맺음말

AX가 무엇인지 흐릿한 채로 폈는데, 덮고 나니 생각보다 기술 이야기가 적었다. AX는 도구를 들이는 일이 아니라 강제력 없는 도구를 쓰게 만드는 일이고, 그래서 기술보다 로드맵, 측정, 조직, 교육 이야기가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기술 이야기를 기대하고 폈다면 당황할 수 있지만, 그게 이 책이 말하려는 핵심이기도 하다.

개발자로서 얻은 건 두 가지다. 하나는 AX가 무엇인지에 대한 선명한 정의고, 다른 하나는 의사결정권자의 판단이 어떤 계산을 거치는지에 대한 감각이다. 초기에 ROI를 따지지 말라는 이유, 세 가지 투자안을 함께 올리라고 권하는 이유, 투자 제안서에 중단 기준이 들어가는 이유를 이제는 안다. 도구를 쓰는 쪽에서만 AI를 보던 사람에게 이 책은 반대편 자리를 보여준다.

337쪽 맺음말에서 저자들은 모델과 도구는 빠르게 낡지만 그때 무엇을 놓고 고민했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는 오래 남는다고 쓴다. 독자가 가져갈 것은 자기들의 결론이 아니라 판단 과정이라고. 책 전체를 읽고 나니 이 말이 겸손이 아니라 정확한 자기 평가라고 느꼈다.

#한빛미디어 #나는리뷰어다 #실전AX리포트